피에젖은 어머니의 양말....
넌 엄마 발톱 본적 있냐
소주 세병이 비워질즈음 대뜸 물어오는 친구의 질문에 한동안 멍해져 있었다.
없다....아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쓰디쓴 소주를 핑계로 안주를 물고 입을 다문다
어지간하면 속내를 내비추지 않는 친구놈이 말문을 연다.
손자의 재롱 보고 싶어 하루가 멀다하고 오시는 어머님은
며느리 앞에서도 체면 불구하고 손자와 춤을 춘다.
일요일 오후 느긋한 시간
소파에 앉아 tv를 보던 친구의 눈에 양말을 짝짝이로 신은.
어머니가 손자와 눈을 맞추고 있는게 보였다
짝짝이 양말에 짜증이 났는지...어머니에게 신경 써주지 못한.
자신에게 짜증이 났는지 손자와 눈맞추며 환하게 웃는
어머니께 앙알대며 갈아신을 양말을 드렸다.
소파에 앉은 어머니...벗겨진 양말...피가 굳어 있는 작은발가락
어머니의 발톱에서 흘러나온 빠알간 피가 양말에 물들어
마치 짝짝이 양말처럼 보였던 것이다...
놀란 친구는 무릎을 꿇고 염치없는 고개를 숙여 조금더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작은 발톱이 갈라져 피가 나고 작업화 때문인지 바깥쪽으로 휘어버린 발가락
눈물이 나는데...지금 울어야 죄스러운 마음 조금이나마 감출수 있는데
한없이 약해진 어머니 앞에서 울수 없어 참고 또 참았다....
발톱 자를 시간도 없이 일만하신 어머니의 발을 주무르다
손톱깍기도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두꺼워진 발톱을 잘라 드리는데
어찌나 속상한지..미안한지...두꺼운 발톱이 야속한지
친구의 멍색 속내에 애꿎은 안주를 뒤집고 또 뒤집어 본다.
그러니까 임마...어머니 집에 오시면 맛있는것도 해드리고 잘좀 해드려라
친구에게 갖잖은 핀잔을 슬그머니 던졌지만 나역시도 어머니의 발을 본지 오래인것을
취기가 없었더라도 그리 했을 것이다.
어머니가 주무시는 방문을 열고 이불을 들추어 발을 보았다..발톱도 보았다
내 손바닥보다 조금은 더 큰 발바닥..발가락 다섯개...꼼지락 댄다
나도 발가락이 다섯개다...나도 꼼지락 대본다...왠지 닮아 보인다.
소중한 친구가 나에게 내어준 꼭 해야할 숙제
어머니는 신지 말아야할 짝짝이 양말
이불을 조용히 여민다...